그림 속의 물 /김승희
사랑스런 프랑다스의 소년과 함께
벨지움의 들판에서 나는 藝術의 말(馬)을 타고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은 손을 들어
내가 그린 그림의 얼굴을
찢고 또 찢고
울고 있었고.
나는 당황한 現代의 이마를 바로잡으며
캔버스에
물빛 물감을 칠하고, 칠하고,
나의 의학상식으로서는
그림은 아름답기만 하면 되었다.
그림은 거칠어서도 안 되고
또 주제넘게 말을 해서도 안 되었다.
소년은 앞머리를 날리며
귀엽게, 귀엽게
나무피리를 깎고
나의 귀는 바람에 날리는
銀잎삭.
그는 내가 그리는 그림을 쳐다보며
하늘의 물감이 부족하다고,
화폭 아래에는
반드시 江이 흘러야 하고
또 꽃을 길러야한다고 노래했다.
그는 나를 탓하지는 않았다.
現代의 고장 난 수신기와 목마름.
그것이 어찌 내 罪일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내 罪라고
소년은 조용히
칸나를 내밀며 말했다.
칸나위에 사과가 돋고
사과의 튼튼한 果肉이
웬일인지 힘없이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소년은 나에게 강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강은 깊이 깊이 흘러가
떨어진 사과를 붙이고
싹트고
꽃피게 하였다.
그리고 그림엔 노래가 돋아나고
울려 퍼져
그것은 벨지움을 넘어
멀리멀리 아시아로까지 가는 게 보였다.
소년은 강을 불러
내 그림에 다시 들어가라고 말했다.
화폭아래엔 강이 흐르고
금세 금세
훤한 이마의 꽃들이 웃으며 일어났다.
피어난 몇 송이 꽃대를 꺾어
나는 잃어버린 내 친구에게로 간다.
그리고 강이 되어
스며들어
친구가 그리는 그림
그곳을 꽃피우는 물이 되려고 한다.
물이 되어 친구의 꽃을 꽃피우고
그리고 우리의 죽은 그림들을 꽃피우는
넓고 따스한 바다가 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