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 OF DIM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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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문화 2025년 여름호 특집 <해방 80주년, 한국사회와 한국시 > 배정빈시인 발표
thun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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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옥수수는 발각되지 않았다

-광복 80주년 을사년

              배정빈 

 

 

밤마다 아버지는

침묵을 뒤집어쓰고

압록강 건너

만주벌판 서로군정서를 향해 달렸다

주먹보다 단단한

보랏빛 옥수수 한 줌

겹두루마기 안주머니에 숨기고

일제 순사의 호루라기를 앞질렀다

찐 옥수수는 장터에서 남았고

아이들의 허기를 다 막지 못했다

어머니는 말없이 솥뚜껑을 닫았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사라졌다

지도에서 지워진 나라처럼

피 묻은 발뒤꿈치의 기척만 남고

 

“독립”은 해바라기 씨처럼

1945년 여름에서 겨울로 쪼개졌다

반민특위는 해체되었고

그날의 일제 순사들은 호적을 갈아타며

이름을 새로 달고 밀어주고 끌어주고 출세했다

관공서 벽에 그 얼굴들이 웃고 있다

 

나는 기억한다

마주하고 앉았던 자들의 얼굴을

그들은 지금도

태극기 아래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

 

문밖까지 따라온

토종 옥수수 몇 알

어머니가 기다리던 그 날의 부엌, 솥 안에서

여전히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오늘

 

발화의 흔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배정빈2022년 《시와 문화》 신인상 등단, 전자시집『고마리꽃

연가』, 장편소설 『썬더맨』 발간. 2024년 《시와 문화》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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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80주년 입니다. 올해는 내란을 제압한 해이기도 합니다.